대리 퇴직금 50억이 무죄라니..10년 근속 퇴직금도 1억 안되는게 현실인데…

대리 퇴직금 50억이 무죄라니..10년 근속 퇴직금도 1억 안되는게 현실인데…

 

 

역시 세상은 불공평하다. 좋은 배경을 갖고 태어나는 것만으로도 출발점이 다르다. 시작점부터 우리는 다른 선에 서 있다.

 

너무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최근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대장동 민간사업자로부터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것과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을 보면 그 씁쓸함에 입맛이 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2월 8일 '대장동 일당'에게서 아들 퇴직금 등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국회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는 인정돼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 혐의와 관련, 형사합의22부 이준철 부장판사는 곽상도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벌금 800만 원을 선고하고 5000만 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뇌물공여와 횡령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린(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도 무죄를 선고받았고, 곽상도 전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공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함께 기소된 남욱 씨는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곽상도 전 의원은 2021년 4월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아들 곽병채 씨의 퇴직금과 상여금 명목으로 50억 원(세즘 등 제외 25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 병채 씨는 그해 사직서를 냈으나 3월 말 성과급 50억 원을 받는 변경성과급 지급 계약을 맺고 돈을 받았다. 검찰은 50억 원 가운데 불법으로 볼 수 없는 퇴직금 1억 2000여만 원과 소득세, 고용보험 23억여 원을 제외한 25억 원을 뇌물로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곽상도 피고인의 아들 곽병채에게 화천대유가 지급한 50억원은 사회 통념상 이례적으로 과하다"라면서도 "50억 원이 알선과 연결되거나 무엇인가의 대가로 건넨 돈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곽상도 피고인이 아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이 드는 사정도 있지만,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한 곽병채가 화천대유에게 받은 이익을 곽상도 피고인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라고 판단했다.

 

가히 충격적인 선고가 아닐 수 없다. 

정치색을 떠나서 최종 직급이 '대리'로 겨우 6년 근무한 31세 직원이 받은 퇴직금이 50억원이라는 점은 사회통념상 말이 안 된다. 은행권이 명예퇴직 시 엄청난 돈을 챙겨줘서 수 5억~10억 가까이 파격적인 금액을 주는 것을 제외하며 대부분의 직장에서 챙길 수 있는 퇴직금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10년 근속해도 1억 원이 채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6년 근무한 대리가 퇴사하는데 50억원을 받아 챙겼다. 과연 곽병채가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저런 돈을 손에 쥘 수 있었을까.

 

그러함에도 곽상도 전 의원이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이,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