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2024년 1월의 나를 대변하는 말일 것 같다. 어떤 일을 해도 의욕이 생기지 않고,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고 싶지 않다. 그냥 가만히 누워서 텅 빈 하늘만 응시할 뿐. 격하게 움직이고 싶지 않다.
누군가 이런 증세를 '번아웃'이라고 한단다.
번아웃이 온 것일까. 어쩌면 그런 것일 수도. 과연 '번아웃'은 어떤 증세를 말하는 것일까.
과연 나는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을까.
※ '번아웃(Burnout Syndrome)'이란.
어떤 직무를 맡는 도중 극심한 육체적 · 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직무에서 오는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증상의 통칭이다. 정신적 탈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자어로는 소진(燒盡)이라고 한다.
정신건강센터에서 일하는 치료자들이 느끼는 탈진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게 용어의 시초다. 시작은 클라이언트를 상대해야 하는 간호사, 사회복지사, 변호사 등의 '감정 노동자'에 대한 연구에서 출발한 단어다. 2010년대에 이르러서는 직장인이 흔히 느낄 수 있는 업무능력 및 열정의 약화를 설명하는 신조어로 사용되고 있다.
2019년 5월 25일, 세계보건기구에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에 번아웃 증후군을 직업과 관련된 문제 현상으로 분류했다(Problems associated with employment or unemployment). 즉 아직 질병으로 정의된 것은 아니지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증상 및 진행
Edelwich와 Brodsky(1993)는 소진의 진행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열성: 번듯한 직장에 취직했다.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이니 만큼 열정이 넘친다.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있으며 어려운 직무라도 스스럼없이 맡아내고, 자주 있는 야근이나 주말 출근도 자발적으로 행한다. 이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보람과 성취감은 삶의 낙이요 전부다.
침체: 슬슬 부침이 온다. 업무수행 자체는 무리 없이 해내지만 처음 입사할 적 느꼈던 흔미는 점점 떨어져 간다. 슬슬 직무에서 오는 보람은 뒷전이 되고, 자신을 둘러싼 근무환경을 챙기기 시작한다. 보수, 근무시간, 업무환경은 이 직무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챙겨야 할 요소로 승격된다.
좌절: 오랫동안 근무하며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맛보았다. 이 직장 역사에 한 획을 긋겠다는 포부는 사라진 지 오래고, 당장의 인사고과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벅차다. 자신의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한 의심이 생기고, 동시에 자신의 직무가 가지는 가치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 업무의 무가치함을 맛보고 순간 직면한 업무에 대한 회피의 감정이 솟구친다. 삭신이 멀쩡한 곳이 없다.
무관심: 스트레스는 이미 극한에 다다랐고, 업무는 여전히 벅차다. 흥미가 없는 일을 하려니 스트레스는 가뜩이나 실패투성이인 자신의 직무인생에 더 많은 실패를 가져다준다. 확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당장의 벌이가 없다면 절대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 최후의 수단으로 '기권'을 선택한다. 직무에 대한 모든 감정선을 차단한 채 묵묵히 버텨내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목을 죄는 스트레스는 버티기 힘들다. 더 이상 직장에서 감정적인 안식처를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결국 슬금슬금, 퇴사나 이직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한다.
(완전 내 얘기.... ㅠㅠ)
※ 원인
그렇다면 과연 '번아웃 신드롬'의 원인은 무엇일까.
연구자들은 번아웃이 '해당 직무가 개인과 사회의 기대 수준을 충족하지 못할 때' 일어나는 것이라 본다. 자신이 원하고 원해 왔던 해당 직무를 수행하지 못해 성취감을 얻지 못해 이상을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장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부정적인 실패의 경험이 해당 직무를 수행하며 얻을 수 있는 성취를 초월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것이다. 복잡하게 설명해서 그렇지 잘 보면 현실은 시궁창의 사용례와 비슷하다.
사회복지사의 예를 봐보자. 사회적 약자의 삶을 책임진다는 사명감과 이에 따른 성취감을 '개인이 직무에 기대할 수 있는 성취감'이라 하면, 지원이 끊긴 클라이언트들의 분노를 한 몸에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든지, 교육 과정에서 학습된 약자에 대한 인식과 다른 부분을 보았다든지, 혹은 '돌봄(care)'이라는 업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더럽거나 징그러울 수 있는 경험 등이 쌓이고 쌓여 얽힌 스트레스를 '기대에 반하는 부정적 경험'이라 할 수 있다. 만일 후자의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그것이 전자의 감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면 정신적으로 '탈진'하게 되고, 전술한 번아웃 증후군의 진행이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생리적 수준의 반응이란 점에서, 건강심리학자들은 번아웃에 대해서 신체적 자원의 소진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 관점은 과학적인 스트레스 연구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인 한스 셀리에(H. Selye)의 일반적 적응 증후군(GAS: general adaptation syndrome)을 연장한 것으로, 우리의 몸이 어떤 스트레스 요인에 대해 '자원'을 쏟아부으면서 버텨낸다는 점을 골자로 한다. 물론 얼마 동안은 잘 버틸 수 있고 심지어 수행 수준(생산성)도 좀 더 높일 수 있겠지만, 제한된 자원은 언젠가 바닥이 나는 법이다.
결국 제살 깎아먹기 식으로 버티던 인간은 끝없이 이어지는 스트레스 상황 앞에서 항복해버리고 만다. 수행 수준은 크게 감소하게 되고, "하얗게 불태운" 개인은 무기력한 탈진(exhaustion), 즉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치는 단계에 접어든다. 번아웃이 시작된 것이다.
번아웃 증후군이 왔다는 느낌이 든다면 잠깐 그동안 하던 일을 멈추고 운동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재정적 한도 내에서 쇼핑을 하거나, 혼밥을 즐기는 것과 같은 취미생활을 갖는 것이 좋다.
※ 번아웃, 극복 방법은?
1. 자연과 가까워지기
초록색과 파란색은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준다. 연구에 따르면, 파란색은 신진대사의 균형을 맞춰주고 긴장과 스트레스를 푸는데 도움이 된다. 초록색은 육체적, 정신적 균형을 맞춰 마음의 평안함을 가져다준다.
자연은 이 두 가지 색을 가까이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이다. 정서적 탈진이 심한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다면, 에너지를 충전하고 내면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공원에서, 산에서, 바다에서 조용히 스스로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번아웃을 극복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2. 가벼운 운동
직장과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잠시 내려놓고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벼운 운동은 체력과 신체를 건강하게 만들 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 운동을 함으로써,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도 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엔도르핀을 방출하는 것도 스트레스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3. 건강한 식단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은 다이어트와 건강에 도움이 된다. 또 항우울제 역할도 하는 것을 알려졌다.
자신을 위해 식단을 스스로 준비하고 아끼다 보면 자신에게 더 애정을 갖게 된다.
4. 숙면
잠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건강한 방법이다. 숙면은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자면서 몸과 마음이 휴식을 취하고 활력을 충전할 수 있다.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 로버트 스틱 골드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뇌는 잠을 자는 동안 휴식을 취하기도 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5.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청하기
길을 잃었을 때 가장 빠른 해결방법은 주변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는 것이다. 삶이 힘들 때도 마찬가지다. 당신을 아끼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만나고 적극적으로 그들과 교류하라.
여러 가지 극복 방법이 있겠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인 듯하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일을 하면서도 최대한 워라벨을 챙기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극복의 첫 걸음이다.
천천히, 예전의 밝았던 나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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