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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명화 감상] 렘브란트 판 레인, '툴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

by 조앙마두 2022.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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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 216 x 169.5cm, Oil on Canvas, 1632년, 헤이그 Mauritshuis 박물관 소장, 이미지 출처 : WikiArt

 

화가 렘브란트 판 레인(Rembrant Van Rijn, 1606년 7월 15일 ~ 1669년 10월 4일)의 명화 '툴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The Anatomy Lesson of  Dr. Nicolaes Tulp)'입니다. 

 

이 작품은 해부학을 강의하는 툴프 박사와 7명의 청강생을 그린 초상화입니다.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장면을 각자의 초상화 형태를 유지하면서 그리는 단체 초상화는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의 고유한 형식이었습니다. 이 분야에서 대표적 화가는 할스가 있는데, 렘브란트도 4점의 단체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이 작품이 그 최초의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 표기된 1632년이라는 연대는 렘브란트가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한 1631년의 바로 다음해입니다. 그는 이 때도 이미 화가로서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이 그림의 제작 의뢰는 단체 초상화라고 하는 공적인 성격을 가진 최초의 주문이었기 때문에 렘브란트의 명성을 확립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기 그려진 인물들의 이름은 그림 속의 한 사람이 들고 있는 쪽지에 번호와 함께 기록되어 있습니다. 원래 이 쪽지에는 해부도가 그려져 있었다는 것이 1967년 그림을 세척함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더불어 당시 네덜란드는 우상 숭배를 금지하는 프로테스탄트(16~17세기 종교 개혁 이후 새로 등장한 개신교 교파 중 하나로 로마 가톨릭교의 형식주의를 비판하며 합리주의·금욕주의·자유주의 등을 지향한다) 사회였습니다.

그리하여 교회 제단 뒤를 장식하는 그림으로 종교적 제단화(어린 양, 예수, 십자가 등 종교적 소재를 주로 그리는 것이 특징이다)가 아닌 집단 초상화 주문이 늘던 때였습니다. 이 작품 역시 외과 의사 조합의 주문으로 탄생했으며 훗날 렘브란트의 출세작이 되었습니다. 

 

 

그림 속 주인공인 툴프 박사(1593 ~ 1674)는 '암스테르담의 베살리우스'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해부학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1628년부터 1653년까지 암스테르담 외과의사조합의 해부학 강의를 맡았고 시장을 4기나 연임했습니다.

 

화면 아래쪽 약간 비스듬하게 누인 시체에 가장 강한 빛이 비춰어져서 왼쪽 아래쪽 인물의 검은 의복과 강한 대비를 이룹니다. 이 인물과 시체를 끼고 대각선을 이루는 위치에 검은 옷을 입은 툴프 박사가 의자에 앉아서 시체의 왼팔 부분을 열어 보입니다. 박사의 왼쪽과 시체 상반신에 해당하는 위치에 청강생 7명의 얼굴이 그려져 있습니다.

화면의 밝은 부분은 시체가 크게 차지합니다. 그 밝은 부분의 반사광을 받은 형태로 각 인물의 얼굴과 박사의 양손이 밝은 부분을 형성하고 나머지는 어둡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또 화면 오른쪽 반은 상반신 전체를 보이는 박사 한 사람으로 메우고, 왼쪽 반은 7명을 그림으로써 강사와 청강생의 관계, 즉 해부학 강의라는 주제를 명확하게 표현했습니다.

 

더불어 제목을 보면 의과 대학에서나 볼 법한 해부학 강의를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추측과 달리 그림 속 강연은 대학 강단에서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그림의 소재가 된 이 행사는 네덜란드에서 1년에 한 번 열리는 겨울 사교 이벤트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외과 의사만이 아니라 암스테르담의 다양한 명사들도 참가했습니다. 암스테르담시의 해부학자이자 그림의 모델인 툴프 박사도 실제 해부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시연하고 있을 뿐입니다.

 

제목만 보고 오해하면 안되겠죠? 역시 표지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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