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제가 말을 안 했다고요? 설마요. 말했을 텐데~ 설마 기억 못 하시는 건 아니고요?"
얼마 만의 휴가였던가. 퇴사 욕구가 목구멍까지 차오르던 때, 쓰지 못할 것 같았던 휴가를 떠나게 됐다. 바로 윗 상사가 팀을 떠나면서 꼭 가라며 등 떠민 덕에 가게 된 휴가다.
물론 마음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았다. 문제는 산적해 있는데 그냥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쉬어야 했으니.
그래도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게 싫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마음은 하루하루 평안을 찾아갔다.
그러던 찰나, 동료에게서 톡이 날아왔다. 휴가라 연락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우연히 안부를 묻게 된 김에 말한다며 꺼낸 말이었다.
알고 보니 내 휴가 중 동료는 우리 팀장님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꿰찬 팀장 대리로부터 업무를 강탈당하고 있었다.
분노가 치밀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윗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돋보일 수 있는 업무는 하나 둘 가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동료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팀장 대리를 찾아가 물었다고 한다. 왜 이 업무 담당자에서 자신의 이름이 빠졌냐고.
돌아온 답은 황당함 그 자체였다.
"제가 사전 공유를 안 했다고요? 설마요. 저랑 얘기하시고 까먹으신 건 아니고요?"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오히려 동료가 까먹은 거 아니냐며 황당한 답변으로 상황을 모면했다.
그러면서 요즘 바쁘고 힘들어서 잊은 것 아니냐는 뉘앙스를 풍겼다고 한다. 오히려 동료가 뭔가 실수한 것처럼.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수년 간 직장생활을 하며 느낀 게 있다면..
좋지 않은 상사는 우리의 자존감을 갉아먹게 만든다는 것이다.
"네가 뭔가 부족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아닐까"라며 스스로를 자꾸 지하 저 끝까지 끌고 가게 만든다는 말이다.
그런 사람은 멀리해야 한다. 물론 사회생활이 싫은 사람 있다고 마냥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자존감을 갉아먹게 만든다는 그 사람의 말은 거르고 들어야 한다. 그래야 이 각박한 사회생활 속에서 '나'를 그리고 '당신'을 지킬 수 있다. 직장생활은 당신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당신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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